병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치료로 인한 고통으로 지쳐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무언가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견디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러한 믿음의 대표적인 것이 종교이다. 가족이 불교다 보니 어려서부터 종종 절에 다녔고 불경을 읽기도 했지만 나는 무교에 가까웠다. 투병기간이 길어지며 마음이 점점 무너져감을 느꼈고 최근에는 불경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도 모르게 종교에 조금씩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종교는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암이라는 큰 병을 경험하면서 원래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한다. 오늘은 통증에 대한 생각을 이곳에 남기고자 한다. 예전의 나에게 통증은 단순히 아픈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통증은 단지 시작점이다. 그 이후 신체의 일부분을 못 움직이게되어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못하기도 하고, 가만히 숨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 때면 '이제 곧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는 통증을 지속 시간은 짧지만 강도가 강렬한 것과 강도는 비교적 낮으나 지속적인 것 그리고 강도도 높고 지속적인 것 세 가지로 나눈다. 이 중 어떤 것이 힘드냐 묻는다면 당연히 강도가 높고 지속적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수 년째 치료 중인 나에게도 드문 경우인데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 다음으..
나는 꽤 오랫동안 누워 생활하는 환자이다. 잠을 많이 자기도 하지만 깨어 있을 때도 침대에 기대어 뭔가를 하며 가까운 화장실만 왕복하는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이 묻기를 '안 심심해?', '지루하지 않냐?', '산책이라도 하지!' 그 때마다 나는 뭐라고 답해야하나 당황스럽다. 지금 내 상태에서 깨어있을 때는 뭐라도 하려고 침대에 기대서 하는 것인데, 그나마 다시 피곤해지면 잠에 곯아 떨어지는데 지루하지 않냐니? 역시 사람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긴 힘든가 보다. 내가 병원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는 두 가지 중 한 경우일 것이다. 치료가 오래 진행되면서 차도가 어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치료만 계속 진행되어 화가 난 경우(몇 번 경험해 봤는데 미칠 것 같음)나 컨디션이 좋아져서 병원 생활이 지루해질 때 일..
어제는 척추에 시술을 했다. 방사선 치료로 강도가 약해져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는 뼈에 주사바늘을 찔러넣고 시멘트라는 것을 주입하여 뼈의 강도를 보강해주는 치료이다. 몇 개월 전에도 이 시술을 했었다. 전신마취가 아니기에 시술 중 통증이 있을 수 있는데 지난 번에는 거의 고문 수준이었고, 그 기억때문에 더 긴장되었다. 훨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이동해 차례를 기다리며 내가 쓸 약재를 받고 머리에는 수술두건을 썼다. 잠시 뒤 이동 침대에 누워 수술실 안으로 입성, 추위가 느껴졌다. 수술실은 장비들 때문인지 다른 곳보다 춥다. 거기다 속옷도 없이 환자복만 입고 와서 순간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잠시후 간호사의 도움으로 이동침대에서 수술대 위로 옮겼고, 수술대에 엎드려누워 내 몸에 설치되는 장비들과 미리 연결..
이제는 너무나 오랫동안 함께했기에 약한 통증은 늘 함께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올 줄 모르는 강렬한 통증때문에 늘 긴장하고 지낸다.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그 순간의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운전도 포기했다. 나는 다른 환자들에 비하여 심각한 상황은 아니어서 약한 마약성 진통제 하나, 신경 진통제 하나 그리고 타이레놀과 비슷한 진통제 하나를 하루 두 번 복용한다. 이 약들을 먹는다해서 통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가끔 졸다가 혹은 복용하는 약이 많다보니 진통제 먹는 걸 잊을 때가 있는데, 몇 시간 내에 지옥 입구에 도착했음을 몸으로 직접 느낀다. 지금 먹는 약들이 강력한 진통제들은 아니기에 먹고서 약효가 발휘되려면 삼십분에서 한 시간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