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대식가였다. 가리는 음식도 많지만 좋아하는 음식은 남들이 놀랄만큼 먹었다. 눈앞에 음식이 있는데 못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음식을 먹는 모습은 '깨작깨작'이다. 이번에는 꼭 먹겠다고 결심하고 먹는데도 한 입삼키기가 너무 힘들다. 먹어야 산다는 생각으로 반그릇쯤 먹고나면 등산을 한 듯 숨이 가쁘고 힘들어서 한참을 쉬어야 한다. 이렇게 힘든 상황이 방사선치료 부작용이길 바라고 있다. 방사선치료 부작용이면 길어도 한 달이면 괜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항암제 부작용이면 앞으로 항암기간 동안 먹는 문제로 고생할 것이다. 다른 원인이 없을지 생각해봤는데, 어쩌면 활동이 너무 적어서 에너지가 적게 필요해서인지도 모른다. 약 부작용으로 늘 피곤하고 잠이 와서 잠자는 ..
병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치료로 인한 고통으로 지쳐서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무언가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견디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러한 믿음의 대표적인 것이 종교이다. 가족이 불교다 보니 어려서부터 종종 절에 다녔고 불경을 읽기도 했지만 나는 무교에 가까웠다. 투병기간이 길어지며 마음이 점점 무너져감을 느꼈고 최근에는 불경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도 모르게 종교에 조금씩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종교는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암이라는 큰 병을 경험하면서 원래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한다. 오늘은 통증에 대한 생각을 이곳에 남기고자 한다. 예전의 나에게 통증은 단순히 아픈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통증은 단지 시작점이다. 그 이후 신체의 일부분을 못 움직이게되어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못하기도 하고, 가만히 숨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 때면 '이제 곧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는 통증을 지속 시간은 짧지만 강도가 강렬한 것과 강도는 비교적 낮으나 지속적인 것 그리고 강도도 높고 지속적인 것 세 가지로 나눈다. 이 중 어떤 것이 힘드냐 묻는다면 당연히 강도가 높고 지속적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수 년째 치료 중인 나에게도 드문 경우인데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 다음으..
나는 꽤 오랫동안 누워 생활하는 환자이다. 잠을 많이 자기도 하지만 깨어 있을 때도 침대에 기대어 뭔가를 하며 가까운 화장실만 왕복하는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이 묻기를 '안 심심해?', '지루하지 않냐?', '산책이라도 하지!' 그 때마다 나는 뭐라고 답해야하나 당황스럽다. 지금 내 상태에서 깨어있을 때는 뭐라도 하려고 침대에 기대서 하는 것인데, 그나마 다시 피곤해지면 잠에 곯아 떨어지는데 지루하지 않냐니? 역시 사람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긴 힘든가 보다. 내가 병원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는 두 가지 중 한 경우일 것이다. 치료가 오래 진행되면서 차도가 어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치료만 계속 진행되어 화가 난 경우(몇 번 경험해 봤는데 미칠 것 같음)나 컨디션이 좋아져서 병원 생활이 지루해질 때 일..
어제는 척추에 시술을 했다. 방사선 치료로 강도가 약해져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는 뼈에 주사바늘을 찔러넣고 시멘트라는 것을 주입하여 뼈의 강도를 보강해주는 치료이다. 몇 개월 전에도 이 시술을 했었다. 전신마취가 아니기에 시술 중 통증이 있을 수 있는데 지난 번에는 거의 고문 수준이었고, 그 기억때문에 더 긴장되었다. 훨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이동해 차례를 기다리며 내가 쓸 약재를 받고 머리에는 수술두건을 썼다. 잠시 뒤 이동 침대에 누워 수술실 안으로 입성, 추위가 느껴졌다. 수술실은 장비들 때문인지 다른 곳보다 춥다. 거기다 속옷도 없이 환자복만 입고 와서 순간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잠시후 간호사의 도움으로 이동침대에서 수술대 위로 옮겼고, 수술대에 엎드려누워 내 몸에 설치되는 장비들과 미리 연결..
입원해있으면 간호사들이 3시간에 한 번 정도 바이탈을 체크하다보니 깊게 자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는 입원하면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잔다. 오늘 새벽에도 바이탈 체크때문에 깼다가 잠들지 못하고 누워있는데 인근 병실에서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야, 아야! 여자 목소리였다. 많이 아픈데 검사를 위해 자리를 옮기다보니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 그러려니하고 있는데 그 목소리가 끊이질 않아 좀 더 집중해서 들었다. '아야'가 아니라 '아이고' 였다. 누군가 죽은 것이었다. 죽음을 접하면 기분이 참 묘해진다. 투병기간이 꽤 길었고 앞으로 치료 선택지도 얼마남지 않은 나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그 시간동안 내가 어떤것을 할 수 ..
내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암에 대해서 그리고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서 많은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지금 겪고 있는 신장암이 희귀병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정보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내 치료 상황에 대해서 글을 남기고 있다. 여러 암관련 카페에 가입하고 자료를 찾을때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장사치들의 글이 많아 실망을 한다. 혹시나 새로운 정보가 있을까 접속하면 역시나, 정신적으로 피곤해진다. 다행히 신장암 관련해서는 다음에 좋은 카페가 있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하다. 항암치료하는 동안 담당 주치의나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지만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를 이 카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