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상태가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 같다. 최악이다 싶다가 좀 나아지고, 이제 괜찮은가보다하면 또 어딘가 아파서 고통에 몸을 뒤튼다. 난 이제 겨우 삼년째인데 이렇게 힘든데, 오랫동안 누워 지내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버티는 걸까? 그냥 버텨지는 걸까? 나도 모르게 나오는 신음과 눈물을 가족들이 볼 때 마다 미안하다. 다들 자다 깨서 날 돌보고 아침이면 피곤한 몸으로 출근하는데 너무 미안하다. 오늘은 검진때문에 병원을 가야하는데, 이동과 검사 그리고 기다림 어느 하나 만만한게 없다. 제발 평온한 하루가 되기를 바래본다.
삼 주전부터 치질느낌부터 시작해서 엉덩이에 멍한느낌까지 다양했는데, 결국 알고보니 엉덩이에 농이 생긴 거였다. 다양한 이유로 생기지만 내 경우는 방사선치료 부작용이었다. 지난 토요일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와서 간단한 수술을 받는데 지옥을 보고 왔다. 아픈 항문에다 국부마취제를 놓는데 여기가 일차, 농을 짜내는 과정이 이차, 마지막으로 농이 흘러나올 관을 이식하는 것이 삼차다. 과정 하나하나가 더 없이 괴로웠다. 이런 것인 줄 미리 알았다면, 더 빨리 대처해서 항생제 치료로만 끝냈을 텐데 처음 겪는 증상에 지옥 맛만 보고왔다. 지금은 입원해서 좌욕을 하며 항새제 치료중인데 여전히 불편하다. 운 없으면 삽관을 더 해야할지 모른다. 도망가고 싶다.
난 생의 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평소 '가늘고 길게',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 이런 말들을 자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끔 오늘 밤 잠든채 내일은 일어나지 않았음 한다. 점점 의지가 약해지는 것 같다. 가장 큰 원인은 통증이다. 지난 11개월간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없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안그래도 치료 가능한 옵션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 통증은 더욱 빠른 속도로 내 정신을 갉아먹는다. 침대를 벗어나는 모든 행위는 나를 힘들게 한다. 가만히 있어도 아픈 곳들의 통증이 엄청나게 증폭되고 새로운 통증들도 추가된다. 그러면 머리가 새하얗게 된다. 이 지긋지긋한 통증 이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치료 중 부작용으로 식욕이 없어지는 때가 있다. 냄새도 싫고 음식에 대한 생각조차도 없어진다. 음식을 엄청 좋아했던 사람의 한 명으로 그런 상황이 놀라울 뿐이다. 제일 비슷한 상황이 입덧이리라. 이런 부작용이 생기면 아픈것 못잖게 무섭다. 너무 쉽게 한 달에 10킬로가 빠진다. 게다가 악순환의 시작이다. 지방은 잘 안빠지고 근육이 먼저 없어지다보니 식욕이 다시 돌아와도 체력회복이 힘들다. 환자의 의지가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이제부터 움직임을 늘리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봐야겠다. 음식을 못먹는 부작용을 두 번째 이겨내었는데, 앞으로는 다시 겪지않길 바란다.
지금 먹는 약이 삼 주전까지만해도 보험이 안되어서 한 달 약값이 칠백에서 팔백만원 정도였다. 요즘 항암제 가격을 보면 한 달 약값이 이 정도인게 대부분이다. 의료보험에서 지원하는 약이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을 써 보지도 못한다. 효과가 좋은 신약은 계속해서 나오고, 사용가능한 약도 늘어나고 있지만 가격이라는 벽이 있다. 약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약을 사용해야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비싸다. 돈이 없으면 치료 시도도 어려운 현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겪으니 더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