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오랫동안 누워 생활하는 환자이다. 잠을 많이 자기도 하지만 깨어 있을 때도 침대에 기대어 뭔가를 하며 가까운 화장실만 왕복하는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이 묻기를 '안 심심해?', '지루하지 않냐?', '산책이라도 하지!' 그 때마다 나는 뭐라고 답해야하나 당황스럽다. 지금 내 상태에서 깨어있을 때는 뭐라도 하려고 침대에 기대서 하는 것인데, 그나마 다시 피곤해지면 잠에 곯아 떨어지는데 지루하지 않냐니? 역시 사람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긴 힘든가 보다. 내가 병원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는 두 가지 중 한 경우일 것이다. 치료가 오래 진행되면서 차도가 어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치료만 계속 진행되어 화가 난 경우(몇 번 경험해 봤는데 미칠 것 같음)나 컨디션이 좋아져서 병원 생활이 지루해질 때 일..
어제는 척추에 시술을 했다. 방사선 치료로 강도가 약해져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는 뼈에 주사바늘을 찔러넣고 시멘트라는 것을 주입하여 뼈의 강도를 보강해주는 치료이다. 몇 개월 전에도 이 시술을 했었다. 전신마취가 아니기에 시술 중 통증이 있을 수 있는데 지난 번에는 거의 고문 수준이었고, 그 기억때문에 더 긴장되었다. 훨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이동해 차례를 기다리며 내가 쓸 약재를 받고 머리에는 수술두건을 썼다. 잠시 뒤 이동 침대에 누워 수술실 안으로 입성, 추위가 느껴졌다. 수술실은 장비들 때문인지 다른 곳보다 춥다. 거기다 속옷도 없이 환자복만 입고 와서 순간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잠시후 간호사의 도움으로 이동침대에서 수술대 위로 옮겼고, 수술대에 엎드려누워 내 몸에 설치되는 장비들과 미리 연결..
입원해있으면 간호사들이 3시간에 한 번 정도 바이탈을 체크하다보니 깊게 자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는 입원하면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잔다. 오늘 새벽에도 바이탈 체크때문에 깼다가 잠들지 못하고 누워있는데 인근 병실에서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야, 아야! 여자 목소리였다. 많이 아픈데 검사를 위해 자리를 옮기다보니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 그러려니하고 있는데 그 목소리가 끊이질 않아 좀 더 집중해서 들었다. '아야'가 아니라 '아이고' 였다. 누군가 죽은 것이었다. 죽음을 접하면 기분이 참 묘해진다. 투병기간이 꽤 길었고 앞으로 치료 선택지도 얼마남지 않은 나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그 시간동안 내가 어떤것을 할 수 ..